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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작가론
· ISBN : 9791196572815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18-12-28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조 해 진
소설의 시작 | 작가산문
외롭고 낮고 쓸쓸한 그와, 나의 이야기- 조해진·김필남 | 대담
박 준
유서와 유언 | 작가산문
무한한 타자의 잔상 - 박준·박형준 | 대담
김 희 선
모든 살아있는 것들로부터 | 작가산문
끝에서 시작하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 - 김희선·양순주 | 대담
박 소 란
경에게 | 작가산문
울음이라는 교신법 - 박소란·손남훈 | 대담
손 보 미
시력 | 작가산문
오해로 열리는 삶의 다른 결들 - 손보미·최성희 | 대담
유 계 영
점과 백 | 작가산문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 - 유계영·박형준 | 대담
김 금 희
감만동戡蠻洞 | 작가산문
보통의 나날, 사라진 세계, 어떤 마음들에 관하여 - 김금희·김필남 | 대담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제 저는 마흔이 넘었고 청춘 시절보다 조금은 느슨해졌습니다. 나태일지도 모르고 유연성일지도 모르는 이 느슨함이 저는 좋습니다. 저 스스로를 미워하면서 고유한 존재로 승격하는 식의 자의식에는 이제 더 이상 지배받고 싶지 않아요. 온전히 듣고 공감하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타자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시인은 쓰는 사람이기 전에 보는 사람이니까 제 눈앞에 있는 것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시를 쓰는 내내 '삶'이라는 손목을 놓지 않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세상 무서운 줄 알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쩌면 이렇게 마음에 안 들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를 자주 탓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한 후회와 자기합리화와 도피 끝에 한 편의 새로운 시를 겨우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글쓰기의 윤리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쓴다’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대상이 개인이든 아니면 사회, 세상, 혹은 그 무엇이든 간에, 불가해한 한 존재―그리하여 우리가 알 수 없는 수천수만의 내면과 외면을 지니는 입체적이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하여 쉽게 속단하거나 재단한 뒤 마치 모두 이해했다는 듯 평면적이고 죽은 듯한 존재로 그리는 일만은 결코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것은 대상에 대한 ‘이해’도 ‘공감’도 아닌, 값싼 연민이나 동정에 불과하다고 감히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