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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소설론
· ISBN : 9788931011289
· 쪽수 : 588쪽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1장
소설의 미래 ― 데이비드 로런스
「소설의 미래」와 로런스의 소설미학 ― 김성호
2장
옮긴이의 말: 루카치와 케슬러의 글을 읽기 전에 ― 김경식
소설 ― 게오르크 루카치
‘소설론의 몇 가지 문제’에 대한 토론의 결어(結語)를 위한 테제들 ― 게오르크 루카치
역사·유물론적 소설 장르론을 위한 입지 모색 ― 페터 케슬러
3장
이야기꾼: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작품에 대한 고찰 ― 발터 벤야민
서사정신의 회복을 위하여: 발터 벤야민의 「이야기꾼」 ― 임홍배
4장
문학 장르로서의 소설 ― 미하일 바흐친
바흐친의 발표문에 붙이는 테제들 ― 미하일 바흐친
바흐친의 소설이론: 「문학 장르로서의 소설」 또는 「서사시와 소설」 읽기 ― 변현태
5장
『이방인』 해설 ― 장폴 사르트르
「『이방인』 해설」과 사르트르의 소설 기법론 ― 윤정임
6장
동시대 소설에서 화자의 위치 ― 테오도어 아도르노
아도르노 이후: 동시대 유럽 소설의 화자 ― 데이비드 커닝엄
7장
역사 속의 『율리시스』 ― 프레드릭 제임슨
프레드릭 제임슨의 『율리시스』 읽기 ― 이경덕
8장
『외침』 자서 ― 루쉰
『아Q정전』 제1장 서문 ― 루쉰
루쉰의 ‘소설 모양의 문장’에 관한 소론 ― 이보경
9장
「川邊風景」과 「날개」에 關하야 ―리아리즘의 擴大와 深化 ― 최재서
리얼리즘- 모더니즘 범주 (재)구성의 감각과 효과: 최재서의 「리아리즘의 擴大와 深化 ― 「川邊風景」과 「날개」에 關하야」에 대하여 ― 박상준
10장
세태소설론 ― 임화
임화의 「세태소설론」 읽기: 본격, 세태, 심리, 통속소설 ― 조현일
11장
소설은 왜 읽는가 ― 김현
소설과 욕망: 김현의 「소설은 왜 읽는가」 읽기 ― 오길영
12장
황석영 장편소설 『손님』: 한반도에서 화해와 평화 찾기 ― 백낙청
소설과 리얼리즘 ―「황석영의 장편소설 『손님』: 한반도에서 화해와 평화 찾기」를 중심으로 ― 황정아
저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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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실 이 책을 만들면서 ‘소설의 위기’, 심지어는 ‘근대문학의 종언’이라는 담론마저 실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 의식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사회문화적 형국에서 소설에 대한 과거의 사유를 소개하는 것은 너무 한가한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조금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면, ‘소설의 위기’나 ‘소설의 죽음’은 이미 200여 년 전에 헤겔이 ‘예술의 붕괴’ 또는 ‘예술시대의 종언’을 말한 이래, 더 분명하고 구체적으로는 지난 세기 초반부터, 서양에서는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논제가 아니던가. 이 책에 소개된 몇몇 텍스트도 각자 그 나름으로 맞이했던 ‘소설의 위기’를 각자의 눈으로 직시하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을 각자의 방식으로 모색한 사상적 고투의 산물로 볼 수 있다. 한데 진정한 사유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일가를 이룬 사상가의 사유치고 죽음과 절망, 고통과 위기를 직시하고 그것과 맞상대하지 않은 사유가 있었던가. ‘위대한’이라는 관형어가 붙을 만한 소설들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언제 어디서나 어떤 식으로든 들이닥치는 ‘위기’야말로 어쩌면 진정한 사상, 생명력을 일깨우는 창조적 사유의 (부정적) 모태일 것이다.
소설가는 자기가 그리는 세계를 바깥에서 바라보는 관찰자가 아니다. 로런스의 비유를 이어 가면, 소설가 자신이 하나의 ‘물고기’가 되어 삶의 흐름 속에 있는 다른 존재들의 움직임에, 그것이 일으키는 떨림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라야 삶의 진실에 부합하는 소설적 구도가 ‘드러나고, 또는 성취되는’ 것이다. 상대성의 진리는 내재성의 진리다. ‘피와 뼈로 인식한다’는 것, 우리 사이에 더 흔한 표현으로 ‘몸으로 안다’거나 ‘몸으로 쓴다’는 것은 이런 내재주의를 가리킬 것이다. 물론 하나하나의 반응이 곧바로 예술적 구도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구도란 갖가지 반응이 순간적 번득임 속에 하나의 총체로, 또는 성좌로 승화된 것일 터다.
벤야민이 「이야기꾼」에서 말하려는 핵심 논지는 현대적 삶의 조건이 강요하는 경험의 빈곤을 타파하고 이야기가 삶을 통찰하고 형성하는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꾼」에서는 그런 맥락에서 삶의 지혜를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던 옛이야기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지만 벤야민은 그런 옛이야기의 전통을 깨고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는 현대적 서사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데, 이것은 사물화되고 획일화된 경험의 빈곤을 타파하려는 일관된 문제의식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카프카에 대한 벤야민의 해석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벤야민은 “카프카에게 중요했던 사실들의 세계는 비가시적인 것”이라는 막스 브로트(Max Brod)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 비가시적 세계를 표현하는 수단이 “제스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