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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어문학계열 > 기타어문학 > 기타문학
· ISBN : 9788952112583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1-12-1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제1부 토마스 만의 작품 세계
‘죽음’의 모티프 / 안삼환
시선과 에로스: 토마스 만의 소설에 나타난 사랑 / 김현진
최초에 젠더가 있었다: 토마스 만 예술의 원동력 / 김륜옥
「토니오 크뢰거」와 「인어아가씨」/ 이성주
자의식적 서술자와 능동적 독자: ‘독자의 교양’- 소설 『마의 산』/ 송민정
합리성의 위기와 파시즘: 『파우스트 박사』/ 임홍배
제2부 토마스 만과 그 문화적 컨텍스트
음악, 그 비극적 유토피아여: 토마스 만 소설 속의 음악 / 이신구
토마스 만의 괴테 / 홍성광
가까운 자의 유혹: 폰타네와 토마스 만의 작품에 나타난 근친상간 모티프 / 최윤영
헤세와 “토마스 명인”의 이야기 / 이영임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소설과 영화 / 김선형
토마스 만, 사진을 만나다: 사진을 바라보는 예술적 시선 / 김경희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과 염상섭의 『삼대』/ 윤순식
토마스 만, 이청준 그리고 나 / 안삼환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나 어린 요한은 그가 보아야 할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말았으니, 그의 눈, 수줍어하고 금갈색이며 푸른색이 감도는 이 눈은 너무나도 날카롭게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모든 사람에게 베푸는 자신감에 찬 친절성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특이하면서도 고통을 주는 통찰력을 가지고, 그 친절행위가 얼마나 어렵게 ‘꾸며지는지’를 보았고, 방문이 끝난 후 아버지가 눈꺼풀에 덮인 핏발선 눈으로 과묵하고 창백해져서는 마차 구석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을 꿰뚫어보았다. 또한 아버지가 다음 차례의 방문을 하기 위해 새로운 집 안으로 들어설 때면 바로 그 얼굴 위로 하나의 가면이 미끄러져 내려오고, 바로 그 피로해 하던 아버지의 몸의 움직임에 언제나 다시 갑작스러운 탄력성이 되돌아오는 것을 하노는 체험했다. […]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 공식 모임에 나타나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말하고 행동해야 된다고 식구들이 기대할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하노는 그만 온몸이 오싹해지며 불안한 거부감이 치솟아 두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었다 […]”
이들의 사랑이 사회 외적인 성질을 띤다는 것은 바로 이들 사이에 언어 소통이 없다는 사실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들이 빠져든 에로스의 세계는 언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상징 세계와는 무관하다. 이들 사이에 언어가 부재하다는 것은 이들이 상징 세계가 아닌 상상적 세계에 함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상상적 세계 속에서 언어는 무의미하며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것으로써 충분히 방종의 감정이 야기된다. 그런 감정을 야기하는 상상적 시선은 이들이 사회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는 것을 “무시무시하고도 도취적인 방식으로”(제3권, 288-89쪽) 완전히 부인하고 그것이 거짓임을 입증하면서 이들로 하여금 방종의 모험적 자유를 만끽하게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토마스 만은 망명기의 시대소설 『파우스트 박사』를 통해 파시즘의 광기를 불러온 독일 정신을 비판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역사적 근대를 통해 성취된 일체의 인간적 가치를 부정하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온갖 시대착오적 야만이 조장되고, 특히 극단으로 치닫는 집단적 에너지를 흡수한 민족 이데올로기가 파시즘의 온상이 되었다는 것이 작가의 진단이라 할 수 있다. 근대의 여명기인 종교개혁 이래 독일 정신사의 특징적 요소들을 한 음악가의 삶과 결부지어 현재적 관점에서 재구성함으로써 토마스 만은 예컨대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의 특정한 정치사회적 요인에서 파시즘의 발호 배경을 찾는 것보다 훨씬 더 긴 역사적 호흡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독일 역사를 통해 배태된 온갖 시대착오적 이데올로기들이 결국 파시즘으로 수렴되거니와, 파시즘에서 정점에 이르는 사악한 시대정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은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다름 아닌 ‘독일 이데올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