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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66551279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 4
1 기술전체주의와 언어의 타락(정형철) ... 17
2 부족의 언어, 혐오의 언어(박권일) ... 43
3 태초에 행정이 있었다 : 시의 언어와 행정의 언어(고영직) ... 67
4 아직 없는 이름, 당사자(엄문희) ... 87
5 누가 말하는가, 누가 결정하는가(김동현) ... 113
6 ‘386세대’의 정치 언어와 자가당착(이택광) ... 133
7 방언의 상상력(전성태) ... 151
8 ‘헐’과 ‘샘’의 출세기(정은균) ... 169
9 속도의 언어와 시적 언어(황규관) ... 187
저자소개
책속에서
언어의 평등이 단순하게 말하고 쓰는 차원에서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며, 이 평등이라는 범주는 언어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권력관계를 은폐하기도 한다. 외형상 평등과 실질적 불평등 사이의 괴리와 간극은 국가권력과 민중 사이를 더 크게 벌려놓고, 디지털 기술 문명으로 인해 심하게 일그러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을 지경이다. 간단히 말하면 지금은 국가의 언어가 민중의 언어를 유린하고, 상품의 언어가 삶의 언어를 황폐화하며, 기술의 언어가 시의 언어를 타락시키는 차원을 넘어 언어 자체가 상품이 되어 우리의 정신과 내면을 좀먹고 있는 것만 같다. 여기에 공정과 정의의 척도마저 각자도생의 길에 접어듦으로써 개인의 영혼까지 위험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감도 든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언어 전쟁’이라고 부른다.
_‘책을 내며’ 중에서
미디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전환이 근대의 서막을 열었고 근대사회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대중매체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문화적 도구였다. 영상미디어의 등장으로 말과 문자가 아니라 이미지나 영상으로 사고하는 새로운 유형의 인류가 탄생했다. 예전에도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은 사회문화적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 등장한 디지털 미디어만큼 충격적인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디지털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 환경을 초토화하고 대중의 삶의 방식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재편했다. 근대사회 이후 언론 제국이라고 부를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세계적 주류 언론조차 존립의 문제를 고민할 만큼 디지털 미디어의 파괴력은 가공할 만한 것이다.
―정형철, 「기술전체주의와 언어의 타락」
또한 벡은 이와 별개로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근본주의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다양한 종교가 상품으로 제공되는 종교 시장에서는 메시지가 강력할수록 공급자에게 유리하며, 이러한 강성의 종교 상품에 대한 선호가 현재의 근본주의의 융성으로 이어지고 있다.”12 종교와 관련된 이러한 두 가지 큰 경향성을 벡은 ‘재주술화’라는 말로 정의했다. 이러한 시대적 특징은 무엇보다 우리의 언어로 드러나고 있다. 바로 ‘부족의 언어’와 ‘혐오의 언어’다. ‘부족의 언어’는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혐오의 언어’는 우리 시대의 부정적 단면이다. 그렇다고 언어를 순화하고 정화하겠다는 발상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그런 시도는 늘 실패했고, 더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 해야 할 일은 언어를 바꾸는 게 아니다. 세계를 더 낫게 바꾸는 것이다.
―박권일, 「부족의 언어, 혐오의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