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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세계일주여행 > 세계일주여행 에세이
· ISBN : 9788997835379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3-11-18
책 소개
목차
prologue
강윤정_ 이제는 없는, 이 아래 묻힌
김민채_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
김소연_ 시장, 사소하게 완벽해지는 장소
김혜나_ 나를 바라보는 나
박연준_ 호텔에 대한 크고 둥근 시선
성미정_ 아련하다, 오늘
신해욱_ 거기, 없는 길의 흔적
오지은_ 핀란드, 네가 없었다면
요조_ 노란 횟집
위서현_ 가을날의 환상-떠났으나 떠나지 않은
이대범_ 빨래
이우성_ 두 개의 풍경
이제니_ 어두운 밝은 방
장연정_ 창문을 열고
정성일_ 오즈, 만춘 그리고 교토
정혜윤_ 소리와 고독 사이에 흐르는 빛의 오르가즘
최상희_ 떠나간 고양이들의 방
epilogue
저자소개
책속에서
칼 가는 할아버지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의 날랜 손놀림에 감탄사를 추임새처럼 넣으며 한참을, 재봉틀에 앉은 아주머니의 혼잣말들을 응대하며 한참을, 건전지를 갈아주며 시계의 구석구석에 끼인 때까지 말끔하게 세척해주는 아저씨와 마주보며 한참을, 온갖 잡동사니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파는 리어카에서 자잘하지만 꼭 필요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고르면서 한참을. 나는 비로소 가장 사소하게 가장 완벽해진 채로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배낭 속에는 아빠가 좋아하시는 샌베이, 알밤과자, 양갱이 들어 있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붕어빵과 순대가 뜨끈한 채로 들어 있었다.
- 김소연 ‘시장, 사소하게 완벽해지는 장소’ 중에서
호텔에서 혼자 자는 밤, 잊고 지내던 그리움이 한꺼번에 도착한다. 고아원 복도에 서 있는 느낌. 해 질 무렵 고아원 복도,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나는 고아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니 고아인 것 같기도. 그런데 여기서 내가 뭘 하는 걸까? 누군가가 보고 싶은데 그게 누군지도 모르겠는 마음. 신산한 마음이 불면을 데려온다. 아련한 향수와 조금의 해방감, 불쑥 고개를 든 두려움. 혼자다. 세상에서. 그리고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와서야 겨우 체감할 수 있는 진실이 있다.
- 박연준 ‘호텔에 대한 크고 둥근 시선’ 중에서
결국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적은, 최소한의 불빛일 텐데. 한 줌의 불빛. 인간에겐 언제나 그 최소한의 불빛이 부족하고. 그리하여 우리는 그 결핍을 채우듯 다가올 기미조차 없는 불빛을, 있다고 느껴지는 없는 불빛을, 없다고 느껴지는 있는 불빛을, 미리 끌어당겨서 살아간다.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보면서. 내내 견디면서. 하나의 시詩를 증명하듯이. 끝간 데 없이 반복, 반복해가면서. 죽을 때까지. 죽고 나서도.
- 이제니 ‘어두운 밝은 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