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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문화/역사기행 > 동서양 문화/역사기행
· ISBN : 9791188941667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1-08-24
책 소개
목차
•서문
01 이효석이 사랑한 거리 _하얼빈 중앙대가│유수민
02 ‘치욕’의 삼궤구고두례를 연습하다 _자금성 습례정│김민호
03 중국 속의 작은 유럽 _칭다오 팔대관│박현곤
04 쌀과 소금의 저잣거리 _양저우 동관가│김수현
05 군자는 문덕교를 건너지 않는다 _난징 진회하│이민숙
06 지옥 위에 세워진 천국 _상하이 라오마터우│정민경
07 우리 사랑해도 될까요 _항저우 뇌봉탑│김명구
08 왕희지의 붓끝 서린 풍류지 _샤오싱 난정│천대진
09 이민자의 유토피아 _푸젠 토루│이유라
10 희미한 옛 식민지의 그림자 _대만 지룽과 지우펀│민경욱
11 자소녀 이야기 _광둥 주강 삼각주│이주해
12 혼혈의 땅, 아시아의 샐러드 볼 _홍콩 침사추이│임대근
13 낯선 도시에서 조선인을 만나다 _마카오 성 안토니오 성당│최형섭
14 움직이는 누각, 시대를 그리다 _후베이 황학루│이현서
15 무협은 살아 있다 _숭산 소림사│김명신
16 석벽에 새긴 욕망 _뤄양 용문석굴│전주현
17 수은이 흐르는 지하 왕궁 _시안 진시황릉│송정화
18 전쟁의 포화 속에 불꽃처럼 _충칭 산성보도│이윤희
19 지친 시인을 품은 풍요의 땅 _청두 두보초당│송진영
20 당나라 공주, 티베트의 여신이 되다 _라싸 조캉사원│이연희
21 기약 없는 구도의 길 _둔황 양관│정광훈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930년대 조선인에게 하얼빈을 포함한 만주의 도시들은 일제의 계획 아래 관광지로 소비되었다. 만주는 조선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특히 인기 있었다. 이광수, 이태준, 함대훈, 김관 등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만주를 관광한 후 글을 남겼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함대훈은 ‘모데른’ 카페에서 여급에게 러시아어로 차를 주문한 뒤 ‘어쩐지 가슴이 울렁거린다’고 했고, 음악평론가 김관은 ‘하르빈에서 볼 수 있는 숭가리(쑹화 강) 빙상의 세례제’를 ‘세계의 명물’로 꼽았다. 동시대 작가 이효석에게 하얼빈은 다소 다른 맥락에서 특별한 도시였다. 향토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사실 구라파(유럽)를 동경한 ‘모던 보이’였다. 그는 ‘백계 로인(러시아인)들의 생활에 비상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이 흥미는 쌓이고 쌓여’ 1939년 여름과 1940년 초에 하얼빈을 두 차례 방문한다. [01 이효석이 사랑한 거리]에서
정오가 되면 빡빡머리 소년이 “꽃이요, 꽃! 재스민 꽃을 팝니다!”라고 외쳐대면서 꽃과 향수를 팔러 다닌다. 기녀들은 주렴을 걷고서 앞다투어 꽃과 향수를 산 뒤 자신을 꾸민다. 그러고는 잠시 뒤 백옥 같은 기녀들이 속이 비치는 하늘하늘한 옷을 걸치고, 머리에 재스민 꽃을 꽂은 채 모습을 드러낸다. 기녀들의 진한 화장 내음과 재스민 향이 강남공원으로 퍼지면 응시생의 마음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시험공부로 인한 스트레스, 과거 시험장의 열악한 환경,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 생각으로 응시생들은 마음고생이 여간 아니다. 그런데 진회하의 아름다운 풍광과 꽃같이 아름다운 기녀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니, 어찌 문덕교를 건너 진회하의 기루로 달려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또한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를 보러 온 응시생이 어찌 쉽게 이 다리를 건널 수 있겠는가! ‘군자는 다리를 건너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면 군자가 아니다’라는 말에서 이러저러지도 못하는 응시생들의 당혹감이 엿보인다. 문덕교는 응시생들의 마지막 이성의 끈이자 욕망의 경계를 넘어가는 지표였다. [05 군자는 문덕교를 건너지 않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