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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1552010
· 쪽수 : 516쪽
· 출판일 : 2021-05-28
책 소개
목차
서문 : 사랑, 미니멀 코뮤니즘에 이르는 멀고 험난한 여정 ·4
그 남자와 그 여자는 무엇을 꿈꾸었을까 : 이상화와 환상
제1장 돈키호테는 둘시네아를 진정으로 사랑했을까? ·29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 권미선
제2장 보바리 부인의 사랑, 그 신기루를 좇아서 ·61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 진인혜
첫사랑 vs 마지막 사랑 : 사랑과 시간
제3장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정체성 확립의 출발점 ·97
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 이미선
제4장 시간을 견뎌낸 사랑 ·12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 이미선
섹슈얼리티 : 육체와 정신
제5장 사드적 욕망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163
사드, 『미덕의 불운』 외 ━ 정해수
제6장 근대와 육체, 그리고 사랑 ·201
D. H. 로런스, 『채털리 부인의 연인』 ━ 김상욱
제7장 감정과 이성의 경계에 대한 스케치 ·225
장아이링, 「색, 계」 ━ 김경석
제8장 젠더화된 재건과 낙인찍힌 섹슈얼리티 ·245
박경리, 『표류도』 ━ 김은하
제9장 2000년대 이후, 우리들이 사랑하는 춘향 ·279
작자 미상, 「춘향전』 ━ 류진희
참된 나의 확인과 공유 : 진정성 이슈
제10장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 존재의 근원을 찾아 떠도는 먼 길 ·311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 이명호
제11장 개츠비의 사랑과 개츠비의 위대성 ·343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 김영미
제12장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그 남자의 사랑 ·367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안지영
경계를 넘어 : 퀴어와 비인간의 사랑
제13장 카우보이들의 사랑 ·395
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 ━ 고강일
제14장 우리도 사랑하면 안 되나요? 복제 인간의 사랑 ·421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 마』 ━ 김지은
불확실성의 시대 : 우리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제15장 1990년 여성 서사의 귀환과 낭만적 사랑의 종언 ·451
은희경, 『새의 선물』 ━ 김은하
제16장 우리가 꼭 사랑해야 하나요? 현대 일본의 연애와 결혼 ·491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외 ━ 심정명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랑의 경험이 어떤 것이고 사랑의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대답은 사랑을 깊이 생각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충만하게 산 사람에게서 나온다. 우리는 ‘지혜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사랑의 지혜’도 필요하다. 사랑의 지혜는 머리와 가슴과 다리 사이의 연속성이 끊어진 철학자에게서는 좀체 발견하기 힘들다. 사랑은 추상적 정의나 공식으로 규정할 수 없는 개개 사례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사랑의 실패와 성공, 사랑의 깊이와 넓이, 사랑의 모양과 색깔은 각각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례는 사랑에 대한 추상적 사유를 전개하는 철학자가 아니라 소설 속 인물들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서문 중에서
에로스의 두 얼굴처럼 둘시네아와 알돈사 또한 풍요와 결핍, 지혜와 어리석음, 고상함과 추함을 오가는 이중적인 모습을 띤다. 그리고 그 두 존재를 모두 사랑하고 껴안은 돈키호테는 그 사랑을 영원히 소유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 사랑은 둘시네아나 알돈사에 대한 개별적이고 인간적인 사랑이 아니라 관념(Idea)으로서의 사랑이다. 돈키호테의 사랑은 아름답고 선하고 지혜로운 것을 영원히 소유하고자 하는 것으로, 영원히 지속될 불멸의 명성을 얻으려는 사랑이며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이다. 사실, 작품에서 돈키호테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돈키호테가 사랑하는 건 기사소설에서 정의된 관념으로서의 사랑에 불과하다. 신플라톤주의의 숭고한 사랑이 귀부인에 대한 이상화로 드러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실체조차 없는 둘시네아를 향해 얼굴도 모르고 시작된 사랑이기에 허구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다. 즉, 자신의 관념을 매개로 얻은 쾌락을 추구하는, 영원하고 불변한 가치를 지닌 진리를 지향하는 본질적이고 영원한 것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된 사랑이다.
- 1장. 돈키호테는 둘시네아를 진정으로 사랑했을까? 중에서
색(色)과 계(戒)? 마치 불교의 교리를 설법할 듯한 소설의 제목을 대면하는 독자는 제목의 상징성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작품을 읽어가면서 ‘감정’과 ‘이성’의 경계에 대한 서사임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색’은 작품 속 두 남녀의 감정의 총체를 의미하며 환상과 욕망으로 나타난다. ‘계’의 의미는 보다 중의적이다. ‘계’의 중국어 독음은 ‘제(jie)’이다. ‘jie’는 ‘계율’, ‘경계’, ‘반지’, ‘단절’을 의미하는 동음이의어이며 이 모든 의미는 작품 속에서 이성적 판단의 총체를 의미한다. 한편으로 ‘계’는 감정과 분리된 영역이 아닌, 감정과 맞닿아 있는 정동(情動)의 임계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암살해야 할 타깃인 이 선생, 매국노이면서 유부남, 매력적인 중년 남성에 대한 사랑은 왕지아즈의 ‘계’를 정동의 임계점으로 끓어오르게 하며 경계를 넘어선다. 이러한 경계에 ‘반지’가 있고, 이 반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또 다른 ‘경계’로 작용하고 있다.
- 7장. 감정과 이성의 경계에 대한 스케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