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91159923340
· 쪽수 : 500쪽
책 소개
목차
켄 리우 —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왕콴유 — 새해 이야기
홍지운 — 아흔아홉의 야수가 죽으면
남유하 — 거인 소녀
남세오 — 서복이 지나간 우주에서
후지이 다이요 — 바다를 흐르는 강의 끝
곽재식 — 내가 잘못했나
이영인 — 불모의 고향
윤여경 — 소셜무당지수
이경희 — 홍진국대별상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유안은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면서 경적을 울려대는 끝없는 차의 행렬을 피해갔다.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사랑한다. 그럴 때면 온몸이 깨어나서 살아있는 기분이다. 그녀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가득 찬 가게들과 좌판들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보도를 지나쳤다. 저가 전자제품들, 장난감들, 옷들, 유럽의 화려한 비누와 케이크들,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은박지에 싼 군고구마, 고소한 냄새가 나는 튀긴 두부. 덥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느라 힘을 쓴 몸에 셔츠가 찰싹 달라붙었고, 가끔 이마를 흐르는 땀이 눈에 들어가지 않게 닦아야 했다.
그렇게 커피숍에 도착했다. 징은 가녀린 몸매에 무늬 없는 흰 원피스와 얇은 재킷(에어컨 때문에)을 우아하게 입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가까이 가서 맡으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희미한 꽃향기가 풍겼다.그녀는 항상 그렇듯 눈부시게 환한 미소로 유안을 맞았다.
마치 오늘 밤이 세상의 종말이 아니기라도 한 것처럼.
_<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이봐요, 새해가 도착했나요?”
모퉁이를 돌아서자 작은 인간이 하나 나타났다. 인간 소년이다! 새해는 냉큼 소년에게 가서 재빨리 그를 바닥으로 때려눕히고, 커다란 앞발 두 개로 그의 어깨를 누른 채, 목에 대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잠깐만 기다려!” 소년이 소리쳤다.
새해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오므렸던 발가락들을 폈다. 이제 그의 입에 고인 침이 소년의 얼굴에 떨어질락 말락 했다. 새해는 배가 고팠다. 음식이 필요했다.
“내가 널 여기로 불렀는데 날 잡아먹는다면 배은망덕이잖아.” 소년이 말했다.
“나를 ‘불렀다니’ 무슨 뜻이지?” 새해는 소년을 누르고 있는 발의 힘을 조금 뺐다.
“네가 몇 년 동안이나 사라져 버려서 사람들이 널 잊어버렸어. 내가 너에 대한 글을 읽고 널 다시 부르려고 시도한 거야. 나 아니었으면 넌 여기 오지도 않았을 거야.”
새해는 소년을 놔줬다. “그러니까 넌 내가 무섭지 않군.”
“당연히 안 무섭지.”
새해는 한숨을 쉬었다. 여기는 먹을 게 없군.
_<새해 이야기>
은하항구 모슬포 터미널은 수많은 별자리를 잇는 광자로의 중심지 중 하나다. 나는 거대한 빛줄기가 고요히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흥분을 느꼈다. 수많은 뱀이 천 년에 걸쳐 똬리를 트는 것 같기도, 천 년에 걸쳐 자라나는 나무의 뿌리를 고속으로 돌려보는 것 같기도 한 풍경이다. 은하항구의 광자로는 오늘도 무수한 정보들을 머나먼 우주 곳곳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영감은 내가 창밖을 바라보며 감탄을 하든 말든 배를 움직여서 항구에 정박시킨다. 이십 년 차 베테랑 사냥꾼쯤 되면 은하항구에서의 사냥이야 대수롭지 않은 일인 모양이다.
“쇠대가리. 도착하면 음료 하나만 뽑아 와라.”
영감의 명령에 철판으로 덧댄 이마를 한 손으로 쓸어 넘긴 뒤 조용히 주먹을 들어올린다. 영감은 기도 차지 않는다는 표정이 되어서 나를 노려본다. 하지만 그의 범 잡아먹는 눈빛도 나를 굴복시키지는 못한다. 결국 영감도 나에게 주먹을 들어보였으니까.
“가위.”
“바위.”
“보.”
_<아흔아홉의 야수가 죽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