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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434058
· 쪽수 : 480쪽
책 소개
목차
야콥 파브리시우스 - 서문
배수아 -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
박솔뫼 - 매일 산책 연습
김혜순 - 오션 뷰 / 고니 / 자갈치 하늘 / 해운대 텍사스 퀸콩 / 피난
김금희 - 크리스마스에는
김숨 - 초록은 슬프다
김언수 - 물개여관
편혜영 - 냉장고
마크 본 슐레겔 - 분홍빛 부산
아말리에 스미스 - 전기(電氣)가 말하다
안드레스 솔라노 - 결국엔 우리 모두 호수에 던져진 돌이 되리라
이상우 - 배와 버스가 지나가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파도가 밀려와 우리의 몸을 적시기 시작하지만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파도가 점점 밀려와 앉아 있는 우리의 몸 위로, 가슴 위로, 마침내는 목까지 물이 차오르지만,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파도가 점점 밀려와 마침내 우리의 머리가 물 속으로 잠기기 시작한다. 파도가 점점 밀려와 마침내 우리의 형체를 완전히 집어삼킨다.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단지,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 나는 하나의 춤을 가졌다. 나는 하나의 바다를 가졌다. 빛이 산산이 부숴지는 수면 위로 흰 새의 형태를 가진 목소리가 날아간다. 그날 바닷가에서, 죽기 전의 싱그러운 젊은 처녀인 친척 여자에게, 나는 입맞추었던가. 구부러진 가운데 손가락을 가졌으며, 파도처럼 부서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집을 나갔던 내 최초의 여인, 그녀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신 웃음을 멈추지 않으면서, 해변의 새들을 향해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새를 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 엄마. 내 입에서는 생애 최초의 말이 흘러나오지만, 나와 그녀, 둘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배수아, 「나는 하나의 노래를 가졌다」 가운데)
술을 마시면 잠이 들어버리는 사람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고 잠들면 금세 잠에서 깨어버리는 사람. 바의 주인은 끝까지 점잖게 자리를 정리하고 선물로 꼬냑을 한 병 두고 갔다. 꼬냑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는 쓰레기를 손에 들고 나갔다. 나는 최선생의 거실에서 자겠다고 하였다. 이를 닦고 나와 최선생과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우리는 보리차를 마시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와 영화 사이 광고는 길고 나는 저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하며 영화 줄거리를 설명하려 하였지만 이미 본 영화의 내용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나는 그 때 알게 되었다. 내가 설명을 시작한 영화는 자주 막히고 이야기는 뜸을 들이고 주인공들은 무엇을 할지 몰라 멈췄다가 어색하게 움직였다가 그런 식으로 덜컹거렸다. 이야기를 얼버무리다 영화는 다시 시작하였고 나는 다음 광고쯤 잠이 들었다.
(박솔뫼, 「매일 산책 연습」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