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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6472094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2-02-15
책 소개
목차
이별
1. 굿바이 ― 다자이 오사무
2. 화원의 사상 ― 요코미쓰 리이치
3. 광야 ― 호리 다쓰오
4. 공사 중 ― 모리 오가이
5. 탐닉 ― 이와노 호메이
사랑
1. 들국화의 무덤 ―이토 사치오
2. 가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3. 사랑 / 사랑이여, 사랑 ― 오카모토 가노코
4. 밤의 어린잎 ― 미야모토 유리코
5. 연애론 ― 사카구치 안고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했기에 눈썹 끝으로 간신히 막은 채 화단 속으로 내려갔다. 그는 무리 진 밤의 꽃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꽃을 차례차례, 벌레처럼 냄새 맡았다. 그는 냄새를 맡으며 격렬한 기도를 꽃 속에서 하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그녀를 구해주소서. 신이시여, 그녀를 구해주소서.”
그는 앵초를 한 움큼 쥐어뜯어 뺨의 눈물을 닦았다. 달이 뜨기 전으로 바다는 은은하게 흰빛을 띠고 있었다. 저녁 까마귀가 기괴한 곡선을 그리며 화단 위를 날카로운 그림자처럼 날아갔다. 그는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몇 바퀴고 고요한 분수 주위를 슬픔처럼 맴돌았다.
―요코미쓰 리이치 『화원의 사상』 중에서
그리고 이 불행한 여자, 전남편을 스쳐 지나가는 남자라 생각하고 스쳐 지나가는 남자에게 몸을 맡길 때와 같은 체념으로 몸을 맡긴 이 비참한 여자, 이 여자야말로 이 세상에서 자신이 만날 수 있었던 유일한 행복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러나 여자는 괴롭다는 듯 남자에게 안긴 채 딱 한 번 눈을 커다랗게 떠서 남자의 얼굴을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을 뿐, 점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호리 다쓰오 『광야』 중에서
겨울의 등불을 밝힐 무렵이면 파리의 화실에서 고향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고 적어 보낸 편지를 읽은 나는 바로 이 사람을 깨운다. 평소에는 한번 잠에 들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던 이 사람도 쉽게 일어난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둘이서 차를 마시는 깊은 밤. 밖에는 희미한 초겨울 삭풍.
―오카모토 가노코 『사랑이여,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