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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교육비평
· ISBN : 9788968800023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13-06-15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 애도哀悼 없는 학교 _ 엄기호
1부 예견된 폭력
① 학교, 폭력의 숙주 - 학교폭력의 인식론적 회로를 더듬다 _ 이계삼
② 평화로운 학교는 없다 - 학교폭력과 학생인권 _ 조영선
③ “걔가 원래 좀 그랬어요”에 담긴 함의 - 차별/혐오의 열쇳말로 살펴본 학교폭력 _ 배경내
2부 우정이 불가능한 학교
① 언터처블 학교 1 - 학생편 _ 정용주
② 언터처블 학교 2 - 교사/학부모편 _ 정용주
③ 부서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다
- 학교폭력을 둘러싼 오해와 착각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학교 : 부서지는 사람들〉 _ 진냥
3부 당신들의 ‘평화’를 거부한다
① 학교는 교육기관인가, 사법기관인가
- 학교폭력근절대책은 학교에 어떻게 폭력을 휘둘렀나 _ 조영선
② 불안으로 유지되는 대규모 산업 - 학교폭력 정국이 우리에게 남긴 것 _ 진냥
③ 은밀한 폭력 - ‘돌봄’과 ‘상담’은 청소년을 구원할 수 있나 _ 한낱
④ 수용소로서 학교 - 전 학교의 감옥화, 전 학생의 죄수화 _ 정용주
4부 ‘장악’이 아닌 ‘해방’으로
① 폭력의 반대말이 ‘안전’ 맞습니까
- 자유와 인권을 잡아먹는 몹쓸 ‘안전’에 딴죽걸기 _ 한낱
② 폭력에 관한 질문은 올바른가 - 갈등과 불화와 함께 살기 _ 하승우
③ ‘오지랖 넓은’ 학생들을 기르는 교육
- 폭력에 맞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_ 조영선
에필로그 / 폭력이 아닌 감정의 연대로 _ 진냥
비평 / 학교폭력에 마주 서기 위한 공유된 지식을 찾아서_ 김종구
필자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2012년 새 학기는 그야말로 ‘학교폭력의, 학교폭력을 위한, 학교폭력에 의한’ 행정의 연속이었다. 모든 교육 활동의 목적에 ‘학교폭력 예방’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학생들을 잘 돌보라며 담임을 2명씩 배치하고 학교마다 전담 경찰관을 두어 새 학기를 맞이하는 첫날에 인사를 시켰다. 학생들은 안 그래도 낯설기만 한 새 교실에서 세 명의 감시자와 한 학기를 시작하였다. 학부모총회에서도 상담 대신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했고, 전 학년이 한 학기에 2시간씩 똑같은 내용으로 교육을 받았다. (……) 궁금해졌다.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다른 학생들은 이제 안정감을 얻었을까? 그리고 ‘찌질이’들에게 살짝 장난을 쳤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그 학생들은 이제 폭력을 쓰면 안 되겠다고 뉘우쳤을까? 교사들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 이 책은 미안하게도 학교폭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섣부른 대안보다는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어떤 생각과 어떤 질서가 폭력이 깃들기 쉽게 만드는지 성찰하는 것이 그나마 학교폭력을 대하는 가장 성실한 자세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육 불가능’이 현실의 교육 불가능성을 고통스럽지만 인정하는 데서, 그리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데서 희망을 찾았듯이, 학교폭력 역시 이 떠들썩한 현실을 구성하는 전제들을 뒤집어 보는 데서, 그리고 학교폭력이 아니라 ‘폭력 학교’에 대한 질문을 시작하는 데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며 자살한 초등학생이 있었다. 성적 압박에 지친 나머지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대구의 한 중학생은 동료들로부터 당한 끔찍한 고통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 뒤, ‘이제 여한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허공에 몸을 던졌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부를 잘한다는 학교에서도 1~2등을 다투던 고등학생이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고 있다”는 유언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자살 행렬은 인류사의 그 어떤 사회, 그 어떤 문화에 견주어도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아이들이 지금 죽음으로써 이 체제를, 이 시대의 생존 방식을 격렬하게 들이받고 있다.
학교는 공동체라기보다는 집단으로 분리되어 있다. “쟤 좀 놀아”, “쟤 싸움 잘해”, “쟤네 집 좀 살아”라고 하는 판단과 함께 학생들은 차별적인 결속력을 확보해 간다. 친구 관계도 점점 우정에 기반한 관계가 아니라 외모나 부모의 경제력 등에 의한 구별 짓기의 성격이 짙어져 가고 있다. 학교가 그야말로 우정이 불가능한 ‘언터처블’한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 학생들은 이미 오래전에 ‘학교적인 것’에 신뢰를 잃었다. 지금의 학교는 학생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돌봄과 배움이라는 가면을 쓰고 학생들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학교폭력을 두고 학생들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말들이 많지만,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은 학생들이 아니라 오히려 ‘학교’이다. 청소년의 자살률을 줄일 방법이 학교에 안 가는 것인 것처럼 학교폭력을 없앨 방법 또한 학교에 안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