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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2181276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09-03-30
책 소개
목차
북촌--이혜경 7
1968년의 만우절--하성란 35
빈 찻잔 놓기--권여선 65
내 비밀스런 이웃들--김숨 99
죽음의 도로--강영숙 129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이신조 155
소년은 담 위를 거닐고--윤성희 183
크림색 소파의 방--편혜영 209
벌레들--김애란 23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겨울이 되면 모든 게 좋아질 거야. 회사는 안정되고, 벌레는 없어지고, 우리에겐 아이가 생길 테니까. 간헐적인 우울과 입덧과 변덕도 다 사라질 거야. 남편과의 잠자리도 더 원활해지겠지.'
회사에서 종종거리고 있을 남편이 조금 안쓰럽게 여겨졌다. 적어도 수십 년은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할 사람. 세상물정 어둡고 수줍음이 많던 내 애인. 천장을 보며 이런저런 잡생각을 했다. 공과금 납부를 자동이체로 돌리는 게 좋을지 어떨지. 항상 약속 날짜를 어기는 세탁소와 거래를 끊을지 말지. 동창의 적극적인 권유로 시작한, 도통 오를 생각을 안하는 삼백만 원짜리 펀드는 정체가 뭔지. 만일 애를 낳다 내가 잘못될 경우 그이는 어떻게 될지 등등……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잠은 좀체 오지 않았다. 가을바람에 바삭해진 이불에 몸을 감았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났다. 창가에서 뭔가 부스럭대는 소리였다.
'바람이 부나?' - 김애란, '벌레들' 중에서
내가 집에 갔을 때 남편은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남편은 출근할 때 입은 양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티브이에서는 배구경기를 중계 중이었다. 나는 소파를 지나쳐 방으로 갔다.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을 때도 남편은 소파에 그대로 죽치고 앉아 있었다. 욕실로 들어가 손을 씻고 나왔을 때도. 남편은 내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나는 면접을 보고 오는 길이었다. 팔년 전 직장을 그만둔 뒤로, 나는 집에서 살림이나 하며 지내고 있었다. 아이가 생기길 바랐지만,
별다른 원인도 없이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내가 구할 수 있는 직장이란 대형마트의 시간제 계산원 일 밖에는 없었다. 그것이 기혼에 마흔두 살인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다.
(김숨/ 내 비밀스런 이웃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