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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88997889495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15-01-12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렇게 우리 일상이 전쟁이고, 사회 자체가 군사주의로 작동하고, 그래서 끊임없이 적을 찾아 섬멸해야 하고, 나는 거기에 동원되어 합리적 토론이 아니라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단 말이죠. 어떻게 보면 군대에서는 전쟁을 준비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전쟁을 하지는 않잖아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비유적으로 쓰는데, 지금 사회는 실제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늘 전쟁을 치르며 사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군대가 편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주의로 우리 삶이 어떻게 재편되었는가 하는 것을 보는 거예요. 군대를 통해서 군사주의 문화가 확장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입니다.
[청년]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편하다? -엄기호
이렇게 보면 징병제라는 제도는 타당성과 실효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지양해야 하는 신성한 존재로서의 국가, 그리고 그 국가의 중요한 구성 요인으로서 굳어진 우리의 관념이자 체계로 봐야 합니다. 그러니 함부로 못 건드립니다. 왜냐하면 국가와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니까요. 징병제가 여러 가지 지점에서 자리매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흔들리면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죠. 언젠가는 합리적으로 국가 안보를 해야 하고 현대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또한 저출산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지금처럼 군대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에 바뀌어야 하는데 군대가 저항을 하고 있죠. 군은 과거의 군사전략, 제도를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애들을 죽이지 말고 살려놓고 싸우면 더 잘 싸울 수 있다는 말을 3성 장군이나 4성 장군이 합참의장이나 참모총장에게 말하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징병제를 하나의 군사 제도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이자 국가의 통치 기제로 봐야 합니다.
[징병제] ‘덜’ 가혹한 군대는 가능할까? -김종대
그야말로 국가와 지배층 스스로가 헌법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를 일삼았던 셈인 거죠.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인데 하위 법령인 군형법으로 압박해서 결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침해를 당한 것입니다. 교리에 충실하면 처벌받아야 하고 교리를 어기면 처벌받지 않는 상황, 결국 국가가 현대판 배교背敎를 강요한 셈이었죠.
[종교] 정의로운 전쟁 VS 정의로운 평화 -강인철
병역거부를 하는 상황, 초반기 오태양 씨처럼 평화주의자니까 병역을 거부한다는 것과 촛불집회 상황, 동성애 관련한 병역거부는 각각 다른 정치학이라고 생각해요. 그 차이가 소중하고 또 중요합니다. 초창기에는 평화든 종교적 이유든 일반적 이유가 있었죠. 하지만 샤샤나 길준 씨는 다른 상황, 개인적 상황이지만 대단히 의미 있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지요. 여러분들이 그것을 일반화하지 않도록 각각의 언설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군대를 가는 이유도 일반화할 수 없잖아요. 다 다르잖아요. 실연당해서, 대학이 싫어서, 집안 사정으로 등등. 군대를 거부하는 것도 일반화할 수 없는 굉장히 다양한 상황과 이유가 있어요. 즉 정치학이 복잡하죠. 그중 하나가 탈주라는 것이고요.
[젠더] ‘거부’와 ‘기피’를 넘어 ‘탈주’하라 -정희진
두 번째 질문인데 병역거부자는 과연 국민일까요, 비국민일까요. 이런 이분법으로 생각하면 법적으로는 국민이죠, 당연히. 그런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어떤 사람들이 볼 때는, 비국민인 거예요. 그런데 그런 차원에서 비국민이면 왜 안 되냐, ‘우리도 국민이다’ 할 수도 있고, 병역을 국민의 권리로 기피할 수 있게 돼야 해요. 그것이 국민의 권리로 인정되면 비국민이라 하기가 어렵게 돼요. 개인의 존엄이라는 거, 헌법상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는 사례예요. 독일이라는 국가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독일 기본법의 제1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인의 존엄이에요. 물론 개인의 존엄을 내세운 것은 나치 시절을 겪고 나서죠. 그때만 해도 국가나 민족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고 개인은 그 아래에 있었습니다. 국가를 지키고 민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개인이 희생하는 것이 가장 숭고한 가치라는 사고방식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고 유대인 대학살이 있었다, 그걸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존엄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그렇게 규정한 거죠.
[국민국가] 군대를 안 가면 국민이 아닐까? -서경식
학생들을 솎아내겠다고 하면서 정서행동 반응 검사를 해요. ‘나는 이유 없이 화나고 짜증이 난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같은 문항으로 조사해서 지수가 높게 나온 애들은 가해 학생이거나 피해 학생일 확률이 높으니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도록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거죠. 증상은 폭력적인 학교 문화, 입시 교육이라는 환경의 결과인데, 폭력의 결과를 오히려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셈이죠. 제도나 구조, 상황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결과가 학생들의 행동인데, 마치 이것이 학교 폭력의 원인인 것처럼, 학생 자체가 원인인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면서 학교의 폭력성은 싹 꼬리를 감추는 것이죠.
[교육] 폭력을 다스리는 더 큰 폭력의 울타리 -조영선
싸우면서 우리의 영역을 넓혀나가야 지배자들이 두려워하지 않을까요. 정치적으로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는 사람들이 자기 완결적인 삶의 구조를 갖춘다면 지배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말을 안 듣는 세력이 될 수 있죠. 정치적으로 아무리 급진적이고 과격하다고 해도 밖에서 모든 것을 공급받아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은 그 공급 라인만 끊으면 쉽게 굴복시킬 수 있잖아요. 자급하는 공동체는 결국 그 공동체를 해체시키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이 없기에 지배자에게는 매우 큰 부담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비폭력을 매우 정치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 자기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행동, 물레를 돌리는 것처럼 삶을 재구성하는 행위로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비폭력운동] 삶을 재구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직접행동 -하승우
윤정화 씨가 스스로 ‘어두운 마음’이란 표현을 썼는데 사람이 자신에게 어두운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저는 트라우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일상에서 아주 고상한 존재, 바람직하고 올바른 존재이고자 하고, 자기에게 어떤 동물적인 측면이나 어두운 부분이 있는지 잘 보려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군대는 그것을 보게 하죠. 사람들은 누구나 어두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조절하면서 ‘나는 선한 사람이야’라고 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인데, 어떤 시스템 안에 몰아넣고 사람에게 있는 어두운 측면을 시스템 유지에 쓴다는 것, 그것은 본인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것이죠. 신병이 노래를 잘 외우도록 하게 하기 위해 칼까지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평소에는 스스로 몰랐을 수도 있는데 어떤 상황, 시스템 안에서는 내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깨닫는 것 자체도 큰 충격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어두운 측면을 보면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그 어두운 면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만들기도 하죠. 시스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그 편이 오히려 손쉬운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트라우마] 평생 몸에 남아 있는 ‘군대’라는 상처 -최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