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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19233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조중균의 세계 | 김금희
와와의 문 | 김혜진
아름답고 착하게 | 박민정
길 위의 친구들 | 백수린
커서 블링크(Cusor Blink) | 윤해서
몇 개의 선 | 이주란
유리 | 조수경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 | 최정화
0 | 최진영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 | 황현진
저자소개
책속에서
조중균 씨는 아무것도 적지 않아도 되는 시험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얻는 점수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여름이 가까운 교정에서 다당다당다당 하는 꽹과리 소리가 들려왔다. 조중균 씨 귀에는 왠지 그것이 나 가 나 가 나 가 하는 소리로 들렸다. (…) 아무것도 쓰지 않고 이름만 적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형태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조중균 씨는 부끄러웠다. 여기에 이름을 적고 가만히 기다리라는 교수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조중균 씨는 이름을 쓰지 않고 빈 종이에다 무언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_김금희, 〈조중균의 세계〉 중에서
고요한 풍경을 찢고 가르고 튀어나온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어떻게 일상을 뒤바꿔놓는지, 무너지는 어느 오후의 길 위에서 무엇을 놓치고 잃어버렸는지, 순식간에 몸집을 불린 감정들이 어떤 자국과 얼룩을 남기고 지나갔는지 나는 알고 싶었다. 그런 것들이 내 예상과 짐작에서 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고 그런 순간엔 뭔가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내가 다큐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었는데 내가 끌어안고 있는 어떤 시간들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그 잠깐 동안은 모든 게 괜찮아졌다.
_김혜진, 〈와와의 문〉 중에서
나는 재이와 나를 여기에 보낸 허 교수의 저의를 다소 의심한다. 더불어 오래전 글을 쓰면서 꿨던 꿈을 생각한다. 명품 카탈로그만큼이나 화려하고 말도 안 되는 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패션지를 보는 여자들을 비웃으며 그녀들이 아무리 명품을 욕망한들 소용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래전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쓸 때의 이야기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세상의 모든 글쓰기를 감당하는 일이다. 내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 역시 글쓰기라는 행위다.
_박민정, 〈아름답고 착하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