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7481406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07-12-17
책 소개
목차
서문
출처
감사의 말
아서 밀러 - 불도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사랑보다 위대한 죽음
에스키아 음팔렐레 - 조용한 거리
살만 루슈디 - 불새
잉고 슐체 - 휴대폰
주제 사라마구 - 켄타우로스
마거릿 애트우드 - 납의 시대
귄터 그라스 - 증인들
존 업다이크 - 죽음을 향한 여정
치누아 아체베 - 설탕쟁이
아모스 오즈 - 바람이 가는 길
폴 서룩스 - 강아지의 온기
미셸 투르니에 - 당나귀와 황소
은자불로 은데벨레 - 아들의 죽음
수전 손택 - 편지 장면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 과거의 영광
하니프 쿠레이시 - 마침내 만나다
크리스타 볼프 - 파랑에 얽힌 이야기
우디 앨런 - 불합격
나딘 고디머 - 최고의 사파리
오에 겐자부로 - 이 땅에 버려진 아이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숨을 깊이 들이마셔 봐. 아직 아무것도 시도하지 마. 준비가 안 되어 있잖아. 그럼 언제 준비될 것 같은데? 어쩌면 영원히 준비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렇다면 이제 내가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로군.
시작하지 마. 생각도 하지 마. 너무 어렵잖아. 아니, 너무 쉽지.
시작하게 내버려 둬. 아니, 벌써 시작돼서 이제는 따라잡아야 해.
이 바보야, 그러면 어떻게 해. 의자에 걸터앉아서 시작할 일이 아니라니까. 등을 대고 편히 앉아 봐.
날 막지 마. 이미 시작한 게 보이지 않아? 감정에 이끌려 수많은 단어들로 가득 차 있잖아... 필요한 도구들도 다 갖추었단 말이야. 펜, 연필, 타자기, 컴퓨터 모두 준비해 두었어.
네가 다 망칠 거야. 이런 일을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니까.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단 말이지. 네가 시작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미리 알려야 하고.
내가 주제넘게 개입하는 것 같다고? 그래, 요구도 많았고 애원도 많이 했지.
네 권리는 인정해. 자, 숨을 깊이 들이마셔 봐.
내가 숨 쉴 권리 말이니? 챙겨 주니 고맙구나. 출혈할 권리는 어떻고? 아무도 날 멈추지 못할 거야. 반창고 따위로 내 출혈을 멎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자, 내가 한 번 해 보게 허락해 줘. 내가 시도하는 동안 신경 쓰지 마. - 수잔 손택, '편지 장면들' 중에서
네, 제리는 죽었습니다. 하지만 걱정 말아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요. 제리에게도, 어느 누구에게도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제리를 사랑했고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하지만, 사랑은 변하는 게 아니니까요. 오, 주여,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렇군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사랑뿐이죠. 우리에게는 그게 전부잖아요! 그렇지만 사랑이란 말도 나름대로 문법이 있습니다. 비록 사랑이 시제는 인정하지 않고 서법만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래요. 실제로 서법 중에서도 단지 무, 한 한 현재만을 인정하지만요. 사랑을 하면 영원할 것 같고 나머지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잖아요?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오래된 사랑은 다 그래요. 사랑하던 사람을 잊고 회복된다는 말은 진실이 아니에요. 대체로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건 단점이라고 해야겠지만, 극복하기보다는, 아니 오히려 인생살이와 마찬가지로 항상 그것을 짊어지고 다니잖아요. 사실 삶보다 훨씬 더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만 아니라면 사랑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어요. 사랑은 별빛과도 같아서 항상 그 자리에 남아 있으니까요. 별이 살았건 죽었건 누가 신경 쓰나요? 별은 반짝반짝 빛을 낼 뿐, 그게 전부잖아요. 훤한 대낮에 별빛이 보이지 않아도 하늘에 별이 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과거의 영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