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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2754176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을 선정하고 나서
김미월_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해설:박혜경)
김 숨_ 사막여우 우리 앞으로 (해설:박혜경)
김연수_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해설:김윤식)
김인숙_ 숨-악몽 (해설:박혜경)
박민규_ 龍龍x龍龍 (해설:서영채)
백가흠_ 그런, 근원 (해설:서영채)
이승우_ 방 (해설:심진경)
정미경_ 타인의 삶 (해설:서영채)
정한아_ 마테의 맛 (해설:김화영)
하성랑_ 알파의 시간 (해설:심진경)
황정은_ 야행夜行 (해설:심진경)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낮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는 건 대부분 밤일 뿐이다. 낮에 대한 기억은 자카란다꽃의 색깔뿐이었다. 자카란다꽃의 색깔은 흐린 날에는 보랏빛이지만, 맑은 날에는 푸른빛이다. 기억 속의 자카란다꽃은 어떨 때는 보랏빛이었다가 어떨 때는 푸른빛이었다. 분명한 것은 폭동이 있었다는 점이다. 4월 말에 시작한 폭동은 허리케인처럼 도시의 남쪽에서 북상하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허리케인처럼 지나간 자리를 폐허로 만들었다. 해가 저물고 난 뒤에도 사우스 센트럴에는 밤이 찾아오지 않았다. 밤새 도시는 환하게 불타올랐다. 불타지 않은 곳에는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흑인들은 정의가 없다고 말했다. 없는 건 그것뿐이 아니었다. 거리에는 경찰관도, 주 방위군도 없었다. - 김연수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중에서
"사실은 그것 때문에 요리를 하는 거야. 마테 맛을 보려고."
차를 홀짝이는 그녀를 보고, 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이것 때문이라고요?"
"그래."
아버지는 미소를 지었다.
"좋은 차는 요리의 맛을 지우지 않고 하나로 만들어주거든. 너는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할 거다."
그녀는 핸들을 잡은 아버지의 손을 바라보았다. 문득 J의 긴 손가락이 같이 떠올랐다. 그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그에게도 이 차를 마시는 시간만큼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식으로 마시는 마테는 도자기병에 빨대를 꽂아 대접한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것이다. - 정한아 '마테의 맛'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