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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비평
· ISBN : 9788952236029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7-06-30
책 소개
목차
머리말_하인리히 가이젤베르거
제1장 민주주의의 약화 _아르준 아파두라이
제2장 목표와 이름 찾기의 증상들 _지그문트 바우만
제3장 후기신자유주의에서 나타나는 진보 정치와 퇴행 정치 _도나텔라 델라 포르타
제4장 진보 신자유주의 대 반동 포퓰리즘: 홉슨의 선택 _낸시 프레이저
제5장 해방의 역설에서 자유주의 엘리트의 종말까지 _에바 일루즈
제6장 다수결주의의 미래 _이반 크라스테브
제7장 유럽은 피난처가 될 것인가 _브뤼노 라투르
제8장 자유에 대한 두려움 극복하기 _폴 메이슨
제9장 경멸 시대의 정치학: 계몽주의가 남긴 어두운 유산 _판카지 미슈라
제10장 담대한 용기 _로베르트 미직
제11장 탈문명화: 서양 사회의 역행에 대한 고찰 _올리버 나흐트바이
제12장 세계 경제 위기에서 후기자본주의 반대 운동까지 _세사르 렌두엘레스
제13장 강요된 후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종말의 서막 _볼프강 슈트렉
제14장 친애하는 융커 위원장에게 _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
제15장 포퓰리스트의 유혹 _슬라보예 지젝
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새로운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국권이 위기에 처한 시대에 국가 대표직을 노린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국권 위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증상은 현대의 어떤 국민국가도 자국의 이른바 국가 경제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부유한 국가와 빈곤한 국가 모두에 똑같이 문제다. 미국 경제는 실질적으로 중국 손에 달려 있고, 중국은 아시아 여러 국가는 물론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원자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모든 국가가 중동의 석유에 어느 정도 의지하고, 현대의 모든 국민국가가 사실상 소수 부유한 국가의 군비에 의존한다. 국권의 기반으로서 경제 주권은 늘 미심쩍은 원칙이었다. 오늘날 경제 주권은 갈수록 무의미해지고 있다.
오늘날 국가가 보호하고 발전시키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국가 경제가 없는 상황이라, 효율 위주 국가와 야심에 찬 많은 포퓰리즘 운동에서 문화적 다수결주의, 민족국가주의, 내부의 지적?문화적 반대 의견에 대한 억압을 지향함으로써 국권을 행사하려는 경향이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세계적인 경제 주권 상실 때문에 문화 주권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국권 자리를 대신하는 문화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형태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오늘날 우리는 최근까지 효과적으로 사용한 모든 수단과 전략의 유효일이 지났거나 곧 지날 것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그런 수단과 전략을 무엇으로 대체할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역사를 인간이 통제하려는 바람과 이에 따른 행동 결정은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 인류 역사의 잇따른 비약적 발전은 예상과 통제가 불가능한 자연재해와 각축을 벌였고, 마침내 이를 능가했다.
우리가 여전히 (결코 뻔한 결론이 아닌) ‘발전’을 믿는다면, 이제는 발전을 축복과 저주의 혼합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축복은 갈수록 줄어들고 드물게 나타나는 반면 저주는 꾸준히 증가한다. 최근의 우리 선조들은 희망을 투자할 가장 안전하고 유망한 곳이 미래라고 믿었지만, 지금 우리는 주로 다양한 두려움과 불안과 우려를 안고 미래를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에는 일자리 부족이 증가하고, 소득이 떨어져 자녀를 위한 삶의 기회가 줄어들고, 사회적 지위가 대폭 하락하고, 삶의 성취가 일시적이고, 마음대로 이용 가능한 도구와 자원과 기술에서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리라고 말이다. 무엇보다 삶의 통제권이 우리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서, 우리 요구에 무관심한 모르는 사람들 손에 좌우되어 앞뒤로 움직이는 장기판 졸의 신세로 전락한다고 느낀다. 그나마 이 정도면 나은 신세다. 심하면 장기판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대놓고 적대시하거나 잔인하게 굴지는 않는다 치더라도, 자신들의 목표를 추구하려고 우리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는 더 편하고 덜 불편하리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업무에 서투르고 부적합한 사람으로 파악되거나 분류되어 가치와 위엄이 부정되고 그런 이유로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고 소외되고 따돌림당하는 섬뜩하고 위협적인 상황이 자주 떠오른다.
그렇지만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관련 초기 자료는 육체노동자와 신분 하락 중산층이 유럽연합 ‘탈퇴’ 운동과 도널드 트럼프의 유일한(또는 주된) 지지자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부유층과 고학력자도 그들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이러한 우익의 승리에는 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기업과 풍부한 자금 지원을 받는 두뇌 집단이 먼저 보수 단체 ‘티파티’를 지원한 데 이어 트럼프 선거전을 지원했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거짓투성이인 단순한 메시지를 전하는 언론전에 돈이 투입되었고, 이런 언론전은 미국에서 공화당의 전통 보수주의 사회 기반 조직을 동원하는 한편 대중의 분노를 다양한 희생양에게 돌리고 두려움에 호소했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잊으면 안 된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퇴행적인 대항운동은 99퍼센트와 연대를 표명하는 척하면서 권력을 가진 상위 1퍼센트의 지지를 만끽한다(트럼프의 승리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이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