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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1999332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1부 성장
교실 미수 _황인찬
아직, 비둘기신가요 _배수연
그래서 너는 무엇이 되었니 _서윤후
2부 흔적
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_김현
돌아갈 수 없는 교실 _신철규
내 엄마의 죽음 _유진목
3부 꿈
매일 밤 운동장 _임솔아
내가 쓰지 않는 것들 _김승일
1996, 그들이 교실을 지배했을 때 _서효인
4부 나
척 보면 척 _오은
도플갱어의 도플갱어 _신해욱
내 이름은 빨강 _김행숙
발문 그때-거기라는 지금-여기, 아니 지금-여기라는 그때-거기 _양효실
지은이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인간의 성장이란 참 이상하다. 그저 사랑받고 싶고, 기쁘고 싶고, 즐겁고 싶을 뿐이던 어린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호르몬이 작용하기 시작하면 점점 심각하고 우울하고 우스꽝스러운 인간이 되어버린다. 중학생 시절이란 그렇게 갑자기 성장하게 되어버린 웃기고 슬픈 나날들이다. (불행하게도) 두뇌가 발달해버리는 바람에, 내가 ‘나’라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가는 그 시절, 내가 ‘나’라서 자꾸 겪게 되는 그 무수한 시행착오들.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누구든 당장 땅속 깊숙이 머리를 박고 싶어지리라. _황인찬, 「교실 미수」
어른은 그저 나이를 먹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른의 얼굴은 나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의 얼굴은 상상해보게 한다. 그의 삶을. 그의 삶을 토대로 한 나의 삶을. 우리의 과거를. 우리가 한 교실에 있었더라면. 우리가 함께 죽음을 넘었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어른은 타인의 얼굴에서 시간을, 시간에 힘입어온 기쁨과 슬픔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다. _김현, 「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제일 좋아하는 것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예고편. 예고편이 너무 좋아서 영화는 보지 않았다. 나중에 극장에 걸리면 보려고 참았다. 거기 나오는 주인공이 너랑 같은 헤드폰 쓰고 있어. 불법 다운로드로 미리 본 친구가 알려줬다. 나는 극장에서 볼 거야. 그런 시를 쓸 거야. 그런 시? 릴리 슈슈 같은 시. 넌 보지도 않았잖아. 들판에 고등학생이 서서 음악 듣는 시를 쓸 거야. (…) 계속 쓸 거야. 들판에서 음악 듣는 고딩 얘기를. 서울에서 창원까지 걸어가다 본 도로들을, 지각하고 언덕 밑에서 만난 골목을, 평생 그런 것들만 묘사하다 죽을 거야. 의미 있는 것들. 무슨 의미인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 담을 타고 몰래 들어간 한밤중의 초등학교 운동장, 거기 누워서 생각한 것들. 무슨 생각을 했더라. 나도 모르지. 기억나지 않는 생각들. 사실은 하지도 않은 생각들. 내가 이런 걸 봤다고 아무리 자랑해도, 잘난 척이 아닌 것들. 누구의 부러움도 사지 않고, 누구의 판단도 사지 않고,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구나. __김승일, 「내가 쓰지 않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