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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시

교실의 시

(그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김승일, 김행숙, 김현, 배수연, 서윤후, 서효인, 신철규, 신해욱, 오은, 유진목, 임솔아, 황인찬 (지은이)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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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교실의 시 (그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1999332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9-04-15

책 소개

열두 명의 시인들이 십대 시절과 지금에 대해, 시와 산문을 겹쳐 쓴 이상한 테마 시×산문집. '교실'이라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것에 관해,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십대 시절의 기억.감각.감정,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목차

1부 성장
교실 미수 _황인찬
아직, 비둘기신가요 _배수연
그래서 너는 무엇이 되었니 _서윤후

2부 흔적
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_김현
돌아갈 수 없는 교실 _신철규
내 엄마의 죽음 _유진목

3부 꿈
매일 밤 운동장 _임솔아
내가 쓰지 않는 것들 _김승일
1996, 그들이 교실을 지배했을 때 _서효인

4부 나
척 보면 척 _오은
도플갱어의 도플갱어 _신해욱
내 이름은 빨강 _김행숙

발문 그때-거기라는 지금-여기, 아니 지금-여기라는 그때-거기 _양효실

지은이 소개

저자소개

오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어릴 적에는 회색을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갈피를 못 잡고 언제나 오락가락 정신없었다.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머릿속으로 그 죽을 끊이다가 새까맣게 태워먹기 일쑤였다. 빨간색이라는 이유로 피와 고깃덩어리를 무서워했고, 같은 이유로 사과와 우체통을 마음에 두었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채도와 명도에 따라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았다. 부잣집 아이들처럼 은색과 에메랄드색이 포함된 64색 크레파스를 갖고 싶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원색은 좋아했지만 원색적인 말은 싫어했다. 한마디로 평범했단 소리다. 특히 푸른색에 열광했는데, 등굣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휘파람을 불었지만 쇳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인정하게 되었다. 키는 쑥쑥 자랐지만, 노래방에서는 외려 키를 낮춰야만 했다. 시험을 망친 날에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청포도 맛이 나는 연두색 사탕을 아작아작 깨물어 먹는 일이 잦았다. 이십대에는 하늘과 바다를 보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신, 빨간색이 식욕을 돋우는 색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선홍색 꽃등심이 회색으로 변할 때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더이상 나는 회색을 동경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20년 넘게 쓰고 있던 색안경들을 손수 하나씩 벗었다. 하얀 종이에 까만 글자들을 채워넣는 일은 어느새 인생의 커다란 부분이 되어 있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개중 빨간 펜이 가장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서른이 된 지금은 연두색을 가장 좋아한다. 먼셀 표색계에서 5GY 7/10에 해당하는 바로 그 색 말이다. 연두라는 말에는 모종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앞으로 더 짙어질 거라는 희망도 있고 무럭무럭 자라나 누군가에게 그늘을 선사해주겠다는 당찬 의지도 있다. 무엇보다 연두는 철들지 않아서 좋다. 철이 들면 색은 짙어지고 무거워지고 참을 수 없이 끈적끈적해진다. 나는 아마 평생 철들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레드와 옐로의 계절을 지나 화이트와 블랙의 계절을 거쳐 그린과 블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르게 사는 법이 필요한 때가, 또다시 찾아든 것이다. 2002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없음의 대명사』,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다독임』 『초록을 입고』 『뭐 어때』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 시인수첩작품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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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중편소설 『짐승처럼』, 장편소설 『최선의 삶』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산문집 『다시, 뒷면에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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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김현 시선』 『호시절』 『낮의 해변에서 혼자』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장송행진곡』 『깨끗한 슬픔』(공저), 소설집 『고스트 듀엣』 『고유한 형태』,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우리 반에도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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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연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3년 《시인수첩》으로 등단. 제주에서 나고 부산과 서울에서 자랐다. 클레이 애니메이터를 꿈꾸던 소녀 시절을 지나, 서양화와 철학을 전공하고 서양철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20대 후반부터 중학교 미술 교사로 근무하며 시와 산문을 쓴다. 시집 《조이와의 키스》 《가장 나다운 거짓말》 《쥐와 굴》을 펴냈고, 폴리 로슨이 지은 《칼 라르손의 나의 집 나의 가족》에 에세이를 실었다. 《요정+요괴, 찐따》를 쓰던 어느 날, 새벽에 잠을 깨어 침대에 누운 채로 한 시간 남짓 두 팔을 올려 춤을 추었다. 한 동작도 길게 반복되지 않고 다른 동작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글들이 내게 준 선물이다. 당신에게도 필요한 선물이 도착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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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목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81년 서울 동대문에서 태어났다. 2015년까지 영화 현장에 있으면서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일곱 작품에 참여하였다. 지금은 1인 프로덕션 ‘목년사’에서 단편 극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있다. 2016년 시집 『연애의 책』이 출간된 뒤로는 글을 쓰는 일로 원고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17년 소설 『디스옥타비아』, 2018년 시집 『식물원』, 2020년 산문집 『산책과 연애』, 시집 『작가의 탄생』, 2021년 산문집 『거짓의 조금』, 2023년 산문집 『슬픔을 아는 사람』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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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인간의 성장이란 참 이상하다. 그저 사랑받고 싶고, 기쁘고 싶고, 즐겁고 싶을 뿐이던 어린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호르몬이 작용하기 시작하면 점점 심각하고 우울하고 우스꽝스러운 인간이 되어버린다. 중학생 시절이란 그렇게 갑자기 성장하게 되어버린 웃기고 슬픈 나날들이다. (불행하게도) 두뇌가 발달해버리는 바람에, 내가 ‘나’라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가는 그 시절, 내가 ‘나’라서 자꾸 겪게 되는 그 무수한 시행착오들.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누구든 당장 땅속 깊숙이 머리를 박고 싶어지리라. _황인찬, 「교실 미수」


어른은 그저 나이를 먹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른의 얼굴은 나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의 얼굴은 상상해보게 한다. 그의 삶을. 그의 삶을 토대로 한 나의 삶을. 우리의 과거를. 우리가 한 교실에 있었더라면. 우리가 함께 죽음을 넘었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어른은 타인의 얼굴에서 시간을, 시간에 힘입어온 기쁨과 슬픔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다. _김현, 「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제일 좋아하는 것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예고편. 예고편이 너무 좋아서 영화는 보지 않았다. 나중에 극장에 걸리면 보려고 참았다. 거기 나오는 주인공이 너랑 같은 헤드폰 쓰고 있어. 불법 다운로드로 미리 본 친구가 알려줬다. 나는 극장에서 볼 거야. 그런 시를 쓸 거야. 그런 시? 릴리 슈슈 같은 시. 넌 보지도 않았잖아. 들판에 고등학생이 서서 음악 듣는 시를 쓸 거야. (…) 계속 쓸 거야. 들판에서 음악 듣는 고딩 얘기를. 서울에서 창원까지 걸어가다 본 도로들을, 지각하고 언덕 밑에서 만난 골목을, 평생 그런 것들만 묘사하다 죽을 거야. 의미 있는 것들. 무슨 의미인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 담을 타고 몰래 들어간 한밤중의 초등학교 운동장, 거기 누워서 생각한 것들. 무슨 생각을 했더라. 나도 모르지. 기억나지 않는 생각들. 사실은 하지도 않은 생각들. 내가 이런 걸 봤다고 아무리 자랑해도, 잘난 척이 아닌 것들. 누구의 부러움도 사지 않고, 누구의 판단도 사지 않고,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구나. __김승일, 「내가 쓰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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