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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18656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수영장 박솔뫼
높은 물때 백수린
흔한, 가정식 백반 송지현
볼티모어의 벌목공들 오한기
원피스 윤민우
아프라테르 이갑수
888 이상우
참고인 이주란
여행자들의 지침서 정지돈
오아시스 조수경
홍로 최정화
囚 최진영
보다 그럼직한 자세 황현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옛날은 힘이 세고 나쁘더라도 그립다. 다미와 묵던 숙소의 철제 책상에는 아무 흔적도 중국집 스티커도 불어버린 견출지도 없었다. 나는 거기에 손바닥을 대보았는데 왠지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떠올랐고 다미는 옆에서 웃으면서 핏자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없어 없어 아무것도 못 찾았어.
_박솔뫼, 〈수영장〉 중에서
영원할 듯 빛나던 순간은 사라지고 모두가 종국에는 늙고 병들다 종료되는 것이 삶임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사람들은 피로한 얼굴로 집에 차오른 물을 묵묵히 양동이 가득 퍼서 창밖에 버렸다. 윤은 아름다웠던 그 모습을 되찾을 수 없을 거고, 제 역시 모든 것이 가능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었다. 제는 피부로 스며드는 한기를 느끼며 “생(生)은 수없이 많은 모멸감과 열패감을 선사할 것이지만 그 와중에 아주 가끔 또 영원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 것이고 또 아주 가끔 아름다움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할 것이다”라던 문장을 떠올렸는데, 그것은 제가 졸업 전시회 팸플릿의 머리말로 썼던 문장이었다.
_백수린, 〈높은 물때〉 중에서
이 어둠 속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건 각자의 서사를 가진 네 명의 여자였다. 서사에는 무언가 빠져 있었지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나는 계속 눈을 깜빡이며 생각했다. 고목 이모는 어디에 가려는 걸까. 해가 뜨면 바다를 보러 갈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는 사건이 될 만한 서사들을 가지게 될까. 스물여섯, 3년 사귄 애인과 평범한 이유로 평범하게 헤어졌다, 라고 생각했다가 금세 고쳤다. 스물여섯, 첫 차가 생겼다, 무려 금색이다.
_송지현, 〈흔한, 가정식 백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