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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5589670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07-10-30
책 소개
목차
사랑,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의 이름
김훈
기어이 사랑이라 부르는 기억들
김인숙
부치지 못한 편지
윤대녕
달에서 나눈 얘기
유용주
오래된 사랑
박수영
내 영혼을 자유롭게 해준 그대여
전경린
나보다 더 많이 나를 찾아온 사랑
함정임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사랑
최재봉
사랑은 미친 짓이다
아,저 깊고 향기로운 사랑을 위하여
박범신
'유일한 사랑'이라는 말에 깃든 함정
김용택 그 여자
정길연
책 읽어주는 남자
김갑수
'영혼의 변명'과'진실한 사랑'의 이중주
윤광준
달아난 사랑을 위한 발라드
공선옥
기억 속의 사랑
하성란
사랑이라니, 가슴 속 수많은 별들이라니
이윤기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다
에필로그
너를 기다리는 동안 _황지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사랑을 묘사하지 못한다. 늘 말이 막혀서 써지지가 않는다. 불륜이건 합륜(이런 말이 있는가?)이건 치정이건 순정이건 다 똑같다. 거기에 언어를 들이댈 수가 없다.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사랑도 나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은 전달되거나 설명되지 않고 다만 경험될 뿐일 것이다. 경험될 뿐, 전달되지 않는 것이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다. 낙원은 그 지옥의 다른 이름일 터이다.
내 빈곤한 ‘사랑’의 메모 장은 거기서 끝나 있다. 더 이상의 단어는 적혀 있지 않다. ‘관능’이라고 연필로 썼다가 지워버린 흔적이 있다. 아마도, 닿아지지 않는 관능의 슬픔으로 그 글자들을 지웠을 것이다. 너의 관능과 나의 관능 사이의 거리를 들여다보면서 그 두 글자를 지우개로 뭉개버렸을 것이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김훈 <기어이 사랑이라 부르는 기억들> 중에서
어느 봄날 쓴 편지인 듯합니다. 부치지 않은 편지가, 정리되지 않은 서랍 속에서 우연히 발견되듯, 삭제하지 않은 편지 파일이 우연찮게도 컴퓨터 문서함 속에서 나타났습니다. 중국에서 아이를 혼자 키우며, 그 아이가 어느덧 나를 닮아가고 있고 나는 그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는 나의 분신인 아이와 소리 높여 싸우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사스로 모두가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할 때 나는 홀로 남아 삶과 사랑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먼 이국에서.
사랑이 삶을 얼마나 많이, 오래 끌어안고 있을 수 있습니까? 반대로 삶은 사랑을 얼마나 오래 끌어안아줄 수 있습니까? 오래 전에는 그 두 단어를 분리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과 정염과 열정과 상처와 통곡과 오르가즘과 추락, 그 모든 단어들을 또한 사랑과 삶이라는 단어와 분리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실은 냉정한 것이 어느 쪽인지, 사랑인지 아니면 삶인지. 그 차가운 손이 어느 쪽의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김인숙 <부치지 못한 편지>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조차 너무 오만합니다. 아침에 뜨겁게 만나 점심 때 아프게 사랑을 하고 저녁에 쿨하게 헤어지는 모습 말입니다. 게임과 사랑은 엄연히 다른 거라고 생각합니다. 격렬함이 없는 사랑, 자신은 방치해 둔 채 상대를 통해서만 만족을 추구하는 사랑은 어째 컴컴한 방에서 혼자 키보드를 두드려대는 컴퓨터 게임처럼 보입니다. 일종의 자위행위 말입니다. 알고 보면 나 자신도 누군가의 보잘 것 없는 상대이며 또한 타인일 때가 있습니다. 사람은 매우 섬세한 감정 조직을 가진 동물입니다. 누구나 양성을 가지고 있죠. 우리가 흔히 아니마, 아니무스라고 부르는 남녀의 혼합 감정체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한쪽을 방치하다 보면 감정에도 녹이 슬고 그만큼 감각이 둔화되게 마련이죠. 더 이상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밀로의 비너스를 연상시키는 한쪽 팔이 없는 여인과 그의 남편인 의사와의 기묘한 사랑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남자의 사랑을 못 본 척 하던 여인이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난 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그 옛날 결혼하자던 남자의 그 청혼이 지금도 유효한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하는 청혼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그들은…….
윤대녕 특유의 쓸쓸하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는 수채화 그림 같은 이야기. 윤대녕 <달에서 나눈 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