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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46414624
· 쪽수 : 227쪽
· 출판일 : 2004-04-25
책 소개
목차
기획의 말
첫 번째 사진첩 그리운 유년, 그리고 학창시절
1969년을 견디고 있는 아이들 - 공선옥
내 마음의 심곡분교 - 김별아
나를 키운 건 골목길이었다 - 안도현
삼류극장과 독일 빵집의 시절 - 윤대녕
부모와 함께 석굴암에서 - 윤후명
내 마음의 관촌 대소원 성당 - 이만교
삼십 년만에 전해준 사진 한 장 - 이혜경
스무 살 이전의 날들 - 정길연
나를 해독할 수 있는 블랙박스 - 채호기
초등학교 입학식 - 하성란
두 번째 사진첩 성장의 고통, 그리고 나의 가족
강경집의 수돗가에 대한 회상 - 박범신
손녀에게 써준 동화책 - 박완서
꿈결처럼 잠시 나가 본 세상 - 박철
동백을 닮은 빨간 멍 - 박형준
출발선에 서 있던 아이 - 신현림
노가리에 대한 기억 - 오수연
피난 가족 - 이명랑
목숨은 자존심과 한뜻이었다 - 조은
영원한 스승의 눈물 - 최인호
세 번째 사진첩 내 곁에 왔던 사람과 풍경들
LA다저스가 뭐냐 - 구효서
미스 오클 리가 준 선물 - 권지예
햇볕 아래 배구공을 튕기던 친구 - 김경미
소양강 빙어낚시에서 무엇을 보았나요 - 김도연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 김용택
내 영혼의 백야 - 박상우
관수제를 울렸던 그 웃음소리 - 이승하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 남기고 싶어했나 - 이청준
내 생애의 가장 이른 사진 한 장, 19세 - 이호철
소쇄원에서 그리운 문우들과 - 천양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일곱 살, 내 동생이 네 살 때니까 1969년 겨울이었다. 아버지는 서울로 돈 벌러 가시고 어머니와 우리 세 자매는 아버지 오시기만 손꼽아 기다리며 살았다. 시골에서는 겨울에 '대사'를 많이 치렀다. 결혼하는 걸 우리는 '대사 친다'고 했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 지은 걸로 그렇게 큰일을 치루는 것이다. 그날도 마을 어느 집에서 혼례식이 있었던 날이다.
혼례식이 있는 날이면 읍내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왔다. 사진 찍는 사람이 검은 연미복 같은 것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오면 그날은 '대사 치는' 집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사진사를 불러다가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버지가 안 계셔서 가족사진을 찍을 수는 없고 언니는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고(아마 대사 치는 집 마당을 동무들하고 휘젓고 다니고 있었을 게다) 그래서 어머니는 할 수 없이 나와 내 동생만을 사진쟁이 앞에 세웠을 것이다. 사진사가 우리 어머니더러도 우리들과 함께 찍으라 해도 어머니는 한사코 사양했을 것이다. 사진 속에 어머니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내 기억 속에 어머니는 사진사 옆에 서서 '아버지 없이 크는 짠한 엄마 새끼들'을 바라보고 계신다. 사진 삯으로 어머니는 그해 농사지은 산두쌀 몇되를 사진사에게 퍼주었던 기억도 어제 일인 듯 선명하다. 산두쌀이란 논이 없는 사람들이 밭에다 심는 일종의 밭벼다. 논이 없으면 아예 쌀밥을 먹을 수 없고 아무리 논이 없는 사람이라도 평소에는 쌀밥 못먹어도 제사는 쌀밥으로 지내야 하니 그렇게 밭에다 벼를 심는 것이다. - 공선옥